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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11, 2020

페루 대통령 탄핵 사태…“비리 대통령 축출” vs. “의회 쿠데타”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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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의회가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다음날인 10일(현지시간) 수도 리마에서 비스카라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마|AP연합뉴스

페루 의회가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다음날인 10일(현지시간) 수도 리마에서 비스카라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마|AP연합뉴스

페루 의회가 부패 의혹이 불거진 마르틴 비스카라 대통령(57)을 탄핵한 지 하루 만인 10일(현지시간)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59)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전날 의회는 압도적 찬성률로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으나, 시민들은 “의회 쿠데타”라고 반발했다. 페루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정치적 위기까지 맞았다.

현지 매체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중도 우파 국민행동당 소속의 메리노 임시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 “페루가 어려운 순간을 맞았다”며 내년 7월 대선까지 선거 일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날 의회는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안을 찬성 105표, 반대 19표, 기권 5표로 통과시켰다. 의회는 비스카라가 모케과 주지사 시절인 2011~2014년 인프라 공사 계약을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230만솔(약 7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탄핵 절차를 개시했다.

루빈손 구피옥 의원은 투표 전 토론에서 “비스카라의 과실과 무능력으로 수천명의 동포를 잃었다”고 말했다. 페루 의원들은 코로나19 대응 실패도 탄핵 사유로 판단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비스카라는 부패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탄핵안 가결을 받아들이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페루 시민들과 역사가 탄핵 결정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이 대통령과 의회의 정치적 싸움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의회는 지난 9월에도 또 다른 부패 의혹을 문제 삼아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을 시도했으나 부결됐다. 사전에 메리노 국회의장이 군부 고위층을 접촉해 ‘탄핵안이 가결되면 의회를 지지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비스카라는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비리 연루 의혹으로 의회의 탄핵에 직면해 스스로 물러난 뒤 2018년 3월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취임 후 강력한 반부패 개혁에 나섰고, 이를 저지하려는 의회와 충돌해오다 지난해 9월 여론의 지지 속에 의회를 전격 해산했다. 이후 선거를 통해 의회가 새로 구성됐지만, 의회에 소속 정당 의원이 1명도 없는 비스카라와 의회의 긴장관계는 계속됐다. 비스카라가 전날 탄핵안 표결 전 연설에서 “60명이 넘는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언급해 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탄핵된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왼쪽)과 10일 취임한 마누엘 메리노 임시대통령. 로이터·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탄핵된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왼쪽)과 10일 취임한 마누엘 메리노 임시대통령. 로이터·AFP연합뉴스

지난 9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다. 리마의 택시기사 파울 멘도사는 AP통신에 “이건 쿠데타”라며 “이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수도 리마 산마르티 광장 등 전국 곳곳에 수천명이 나와 “비스카라를 복귀시켜라”라고 외쳤다. 경찰이 최루탄 등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이날까지 최소 27명이 체포됐다.

페루 정치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페루 정치 전문가인 스티브 레비츠키 미 하버드대 교수는 AP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중대한 사유도 없이 대통령을 내쫓고 민주주의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라고 했다. 비스카라의 부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에 ‘도덕적 무능’이라는 모호한 사유로 탄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페루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알자지라는 내다봤다. 인구가 3300만명인 페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2만여명, 사망자는 약 3만5000명으로 인구 100만명당 사망자 수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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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1, 2020 at 09: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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