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의회가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킨 다음날인 10일(현지시간) 수도 리마에서 비스카라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리마|AP연합뉴스
비리 대통령 축출일까, 의회 쿠데타일까.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57)이 의회에서 부패 의혹으로 탄핵당한 지 하루 만인 10일(현지시간) 마누엘 메리노 국회의장(59)이 임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현지 매체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전날 의회는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안을 ‘찬성 105표, 반대 19표, 기권 4표’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시민들은 “의회 쿠데타”라며 반발했다. 페루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 정치적 위기까지 직면하게 됐다.
의회는 비스카라 대통령이 모케과주 주지사 시절이던 2011~2014년 인프라 공사 계약을 대가로 기업들로부터 230만솔(약 7억2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탄핵 절차를 개시했다. 앞서 의회는 지난 9월에도 또 다른 부패 의혹을 문제 삼아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을 시도했으나, 당시엔 부결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루빈손 구피옥 의원은 투표 전 토론에서 “비스카라의 과실과 무능력으로 수천명의 동포를 잃었다”고 말했다. 그의 부패 의혹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대응 실패도 탄핵할 만한 사유가 된다는 것이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전날 의회에서 비리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지만, 탄핵안 가결을 받아들이고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날 취임한 중도 우파 국민행동당 소속의 메리노 임시 대통령이 내년 7월 대선까지 비스카라 대통령의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됐다.
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탄핵된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왼쪽)과 10일 취임한 마누엘 메리노 임시대통령. 로이터·AFP연합뉴스
문제는 ‘비스카라 대통령 탄핵’이 대통령과 의회의 정치적 싸움의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비리 연루 의혹으로 의회의 탄핵에 직면해 스스로 물러난 뒤 2018년 3월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그는 취임후 강력한 반부패 개혁에 나섰고, 이를 저지하려는 의회와 충돌해오다 지난해 9월 여론의 지지 속에 의회를 전격 해산했다. 이후 선거를 통해 의회가 새로 구성됐지만, 의회에 소속 정당 의원이 1명도 없는 비스카라와 의회의 긴장 관계는 계속 이어졌다. 비스카라 대통령이 전날 탄핵안 표결 전 연설에서 “60명이 넘는 의원들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언급해 의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탄핵 전 여론조사에서 78%가 탄핵에 반대하는 등 여론은 비스카라 대통령 편이다. 리마의 택시기사 파울 멘도사는 AP통신에 “이건 쿠데타”라며 “이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나타날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안 통과 후 이틀째 수도 리마 산마르티 광장 등 전국 곳곳에 수천명이 쏟아져 나와 “메리노는 대통령이 아니다”“비스카라를 복귀시켜라”라고 외쳤다. 경찰이 최루탄 등을 동원해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이날까지 최소 27명이 체포됐다.
페루의 정치 시스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페루 정치 전문가인 스티브 레비츠키 미 하버드대 교수는 AP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중대한 사유도 없이 대통령을 내쫓고 민주주의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은 매우 무모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비스카라의 부패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기 전에 ‘도덕적 무능’이라는 모호한 사유로 탄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더해져 페루인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알자지라는 내다봤다. 인구 3300만명 페루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92만여명, 사망자는 약 3만5000명으로 인구 100만명 당 사망자 수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November 11, 2020 at 09: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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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대통령 탄핵 사태…“비리 대통령 축출” vs. “의회 쿠데타”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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