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셴코 독재 정권에 반기 든 여성 운동가들
여성 시위대 2000명 대선 불복 시위 주도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학자 등 지식인들도 나서
티하놉스카야 "몇 년이라도 시위 계속 할 것"
![지난 13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대선 불복 시위 현장에 참석한 한 여성 시위자가 흰 옷을 입은 채 경찰들 앞에 서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3/b60547fd-7d59-4c95-bbe9-d337e8565acb.jpg)
지난 13일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대선 불복 시위 현장에 참석한 한 여성 시위자가 흰 옷을 입은 채 경찰들 앞에 서있다. [AP=연합뉴스]
독재 정권에 균열 낸 ‘여성 3인방’
![벨라루스 대선 전인 지난 7월 17일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운데), 베로니카 체프칼로(왼쪽),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수도 민스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3/bb3c2bca-71de-4c92-a073-36b1468365d8.jpg)
벨라루스 대선 전인 지난 7월 17일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가운데), 베로니카 체프칼로(왼쪽), 마리아 콜레스니코바가 수도 민스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티하놉스카야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26년 장기 독재에 반기를 든 상징적인 인물이다. 영어 교사였던 그는 남편이 대선 출마 준비 중 체포되자 정권에 반기를 들며 정치에 발을 들였다. 대통령의 연임을 제한하고, 정치범을 석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난달 9일 열린 대선에서 루카셴코에 도전장을 냈다. 그러나 80% 이상 득표율을 얻은 루카셴코에 패했다. 티하놉스카야는 즉각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대선 불복 시위를 주도했지만 신변의 위협을 받자 리투아니아로 피신했다.
티하놉스카야와 손 잡은 또 다른 여성 콜레스니코바는 강력한 야권 후보였던 빅타르 바바리카 캠프 책임자였다. 지난 7월 바바리카가 루카셴코 정권의 야권 인사 탄압에 휘말려 체포되자 티하놉스카야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도와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를 이끈 마리야 콜레스니코바. [로이터=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3/9a24ee3d-7df0-4ddd-8ca8-d9d8710bd704.jpg)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를 도와 벨라루스 대선 불복 시위를 이끈 마리야 콜레스니코바. [로이터=연합뉴스]
콜레스니코바는 지난 7일 수도 민스크에서 괴한에게 납치돼 우크라이나로 강제 출국될 위기도 겪었다. BBC 등에 따르면 콜레스니코바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여권을 찢은 뒤 자동차 밖으로 던져 위기를 모면했다. 콜레스니코바는 현재 벨라루스에 남아 대선 불복 시위를 이끌고 있다.
티하놉스카야를 돕는 또다른 여성 쳅칼로도 남편을 대신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주미 대사를 지낸 남편이 정치적 탄압을 못 이기고 러시아로 떠나자 쳅칼로는 티하놉스카야와 손을 잡고 야권 운동 전면에 섰다.
“왜 침묵하나요?”…여성 지식인들도 한목소리
![19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모인 여성 시위대. 이날 시위에는 여성 시위자 2000명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3/a5522b28-130c-40e2-bff7-7a426bd45283.jpg)
19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모인 여성 시위대. 이날 시위에는 여성 시위자 2000명이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시위의 중심에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도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야권 조직인 ‘조정위원회’ 출신 중 구금되거나 추방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인사다. 그만큼 누구보다 앞장서 반정부 시위를 이끌고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최근 러시아의 동료 작가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시위 지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서한에서 “왜 침묵하고 있습니까?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의 형제입니다”라며 연대를 촉구했다고 한다.
![지난 8월 벨라루스 지질학자 니나 바힌스카야(73)가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는 의미로 옛 벨라루스 국기를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3/94785013-cfdc-4606-99ea-8d6b11215983.jpg)
지난 8월 벨라루스 지질학자 니나 바힌스카야(73)가 대선 결과에 불복한다는 의미로 옛 벨라루스 국기를 들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벌어진 시위 현장에서는 백발의 지질학자 나나 바긴스카야(73)도 주목받았다. 1980년대부터 민주화 집회에 나섰던 바긴스카야는 이날도 옛 벨라루스 국기를 들고 시위현장 한 가운데 섰다.
바긴스카야는 자신을 강제 연행하려는 경찰을 향해 “뭐가 문제냐”며 쏘아붙이고, 행진 중 “루카셴코는 사이코패스”라고 외치는 등 젊은이 못지않은 '전투력'을 과시했다.
이날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여성 390여명을 강제 연행했지만,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음 시위를 예고했다. 티하놉스카야도 EU 연설에서 “필요하다면 몇 주, 몇 달, 몇 년에 걸쳐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9일 벨라루스 경찰이 민스크에서 열린 대선 불복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 시위자를 강제 연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9/23/738ce140-6bbe-40f0-a809-33cfa500b3fa.jpg)
19일 벨라루스 경찰이 민스크에서 열린 대선 불복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 시위자를 강제 연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AFP통신에 따르면 22일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은 벨라루스 제재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달 EU는 벨라루스의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으며 시위대 탄압과 관련 있는 관계자에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다음 달로 예정된 외무장관 회의에서 다시 한번 구체적 제재 방안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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